[특별기고] 시카고에서 전해 온 아름다운 다섯 편의 시 ... 작가 조희영

시집 출간 앞두고 본지에 특별기고해

편집인 | 기사입력 2020/12/17 [16:05]

[특별기고] 시카고에서 전해 온 아름다운 다섯 편의 시 ... 작가 조희영

시집 출간 앞두고 본지에 특별기고해

편집인 | 입력 : 2020/12/17 [16:05]

바이러스를 향한 조용한 고함

 

아주 작은 생명체로부터

저마다 두려움을 두둑이 가지고

차가운 계절을 버티고 버텼다.

 

누군가는 분노와 저주를

누군가는 슬픔에 젖은 탄식을

누군가는 침통함을 묻힌 억울을 뿜어내며

줄기 빛을 소망하고 있다.

 

따스한 바람이 향기를 데리고

바닥 뚫고나온 새싹에게 인사를 하며

인기척 없만개한 목련에게 안부를 묻는다.

 

봄의 색깔을 가진 그들에게도

사연이 있겠지만

우리에게도 사연은 이미 팽창되어 있다.

 

또 다계절이 섭리처럼 왔으니

멀리 근거 있는 검은 우주로 외출해서

방랑하다가 점점 작아지길 바란다.

 

너도 나름 지혜로웠다고

칭찬 마디하며 보내주련다.

에서 헤어지자.

보이지 않는 낯선 생명이여.

다시는 초대하지 않으리.

 

 

곧얼음

 

거꾸로 매달려 바라보는 답답한 세상에

소리 없는 절규를 한다.

 

냉혹하게 스스로를 단련하고자

송곳니 드러내지만

가끔은 온몸이 저리다고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가장 약한 것이

가장 강한 것이 수도 있기에

오늘도 너는 처마 밑에서 오기로 버티는구나.

 

멀리 금줄기가 공기를 환하게 물들인다.

 

가거라.

 

 

▲ (사진_Oak Ridge National Laboratory)     ©편집인

 

 

잉태되어 살아가는 것들에게

 

뱃속 따뜻함을 벌써 잊었느냐

왜 그리 차갑게 살아가느냐

탯줄로 요기만 한 것을 잊었느냐

왜 그리 배를 두드리며 살려고 하느냐

뱃속의 고독을 즐겼던 걸 잊었느냐

왜 그리 시간에 쫒기며 헐떡거리느냐

뱃속 침묵을 소유했던 걸 잊었느냐

왜 그리 시끄럽게 살아가느냐

신성하고도 비좁은 물속에서 만족했던 걸 잊었느냐

왜 그리 넓은 곳에서 불평하며 허우적대느냐

태 밖으로 빛을 받으며 소리 내 울었던 걸 잊었느냐

왜 그리 어두운 곳으로 다시 가려고 애를 쓰며 우느냐

 

 

주름의 노래

 

웃음으로 빚은 주름 하나,

서러움으로 얼룩진 주름 하나 더하면

 

비로소 얼굴이 노곤한 한낮의 햇살과

온기처럼 허공에 깃든 라일락 바람에

세월 속에서 찬란히 빛난다.

 

또한 주름은 또 다누군가의 주름이었으리.

 

때문에 눈물을 흘리고 태웠을 사람이여.

속 좁그릇으로 욕심으로

부질없는 사랑으로 인해 지워지지 않을

흉터 새겨 드렸으니..

참으로 미안하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주름과 주름이 만나는 .

 

어딘가의 중심에서

서성이며 망설이며 돌아서며

돋아난 피고 지고 밟히어도

 

름 밤의 빛과 그림자처럼

평온한 들판에 산책이라도 나온

 

나는 사람에게 그러한 주름을 주고

나도 그런 주름을 만들길 원한다.

 

 

▲ (사진_이상원 작가 작품 사이트)     ©편집인

 

 

추억 솥에 당신을 익히다

 

오늘도 마음의 주소는 몇 번이나 바뀝니다.

하지만 당신을 향한 제 마음의 본적은

항상 그 자리에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도.

 

그 자리에서 당신의 이름을

추억이라는 솥에 그리움이라는 물을 넣고

남아있는 나의 잔열과 온기를 넣어

따뜻하게 지어 먹습니다

 

가끔은 저만 이렇게

배불리 먹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제 머릿속 단백질을 누추하게 관통합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이건 제가 선택한 아름다운 영적 노동입니다.

 

오늘 당신은 당신의 자리에서

그리움 한 움큼 묻어 있는 저를

당신의 잔열로 지어 드셨나요?

 

 

▷조희영(시, 칼럼, 영화 시나리오 작가): 시카고 문인회 멤버이자, TBN 라디오 뉴스 인터뷰어, 그리고 미국 교회 뮤직 디렉터로 활동하는 재미 작가. 시카고 WIN TV 뉴스 앵커와, 시카고 대학 윈드 앙상블 단원으로 활동했다, 

 

▲ (조희영 작가)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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